[KBS NEWS] “한 번만 가르쳐 주세요!” …’삼베’에 인생 건 여자들

편리함과 속도를 추구하는 시대, 우리 전통 옷 삼베는 이승의 마지막에 수의로나 입는 값비싼 구식 옷이 됐다. 그런데 그 삼베에 반해 삼베를 현대화하겠다며 나선 공예가가 있다.

경북 안동시 금소리의 호랑이로 불리는 두 할머니, 100년 된 베틀로 60년간 삼베만 짰다는 안동포 명인 우복인(87) 할머니와 명인의 솜씨를 지니고도 우 할머니에 밀려 2인자에 머물고 있는 무관의 실력자 서순화(84) 할머니다.

대마 수확을 앞둔 어느 날, 두 할머니 일상으로 노랗게 머리를 물들인 한 여자가 찾아왔다.

“허드렛일 다 할 테니 제발 한 번만이라도 가르쳐주세요! 어르신들마저 가시면 그때는 삼베를 어찌 배우나요?”

퓨전 삼베로 ‘섬유 한류’를 일으킬 수 있다고 믿는 공예가 김수경(50·서양베틀 공예가) 씨다. 무작정 삼베를 배우겠다고 덤벼드는 수경 씨를 두 할머니는 냉정하게 내친다. 배울 수도 없고, 배우기도 어려운 게 삼베라는 것이다.

두 할머니에게 삼베는 여자로 태어난 자의 숙명이요, 구부러진 손가락이요, 인생 그 자체였다. 어머니에게 두들겨 맞고, 시어머니 눈칫밥을 먹으며 배운 게 길쌈이기에 감히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.

“아무나 못 해. 손마디가 요렇게 죄다 구부러져 버리니까. 나는 무릎에 갓난애를 앉혀놓고 젖 물리면서도 베를 짰어. 왔다가 배우는 시늉만 하고 갈 거면, 아예 시작할 생각도 말어.”
-서순화(베매기 달인)-

“그리 배워서는 100년을 배워도 못 배운다. 우리 땐 길쌈을 해야 여자야. 길쌈을 잘하면 면장이든 군수든 얼마든지 잘난 남자하고 결혼할 수 있었다고. 그러니 친정어매한테 매를 맞으면서 배웠지. 그쪽은 그럴 수 없잖아.”
-우복인(안동포 명인)-

그런데 공예가란 김 씨가 참 끈질기다. 남편도 있고 자식도 있다는 사람이 짐을 싸서 아예 금소리로 이사를 왔다. 그녀가 가랑비처럼 스며들어 무미건조했던 할머니들의 일상에 파문을 일으킨 것이다.

서양베틀을 들고 안동에 나타난 공예가 수경 씨는 황소고집에 호랑이처럼 무서운 두 삼베 장인의 마음을 얻을 수 있을까. 또, 삼베 현대화의 답을 얻을 수 있을까.

[프로덕션2] 박성희 kbs.psh@kbs.co.kr